무월
쿠로오 테츠로 X 츠키시마 케이
@mugetsu5943
* * *
툭툭- 어깨를 치는 느낌에 츠키시마는 몸을 돌렸다. 왜요. 메인 목소리로 말을 하며 몸을 반대로 돌렸지만 어깨를 치던 손은 이제 손바닥 전체로 어깨를 감쌌고 약간씩 흔들었다. 쿠로오는 자는 사람을 이렇게 깨우지 않는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돌렸던 몸을 다시 돌리며 츠키시마는 안경을 썼다. 쳐져있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 그 빛에 의지해 옆을 보던 츠키시마는 몸을 굳혔다. 같이 잠들었던 건 분명 쿠로오상이였는데...시선을 약간 돌리니 삐죽 솟은 그의 머리가 보였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뭘까?
"저기...형아는 누구야?"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요.
"그러니까 자고 일어나니까 이 꼬마가 있었다는거지?"
자고 있던 쿠로를 깨워 설명했지만 정작 쿠로오는 놀라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잠이 덜 깬것일까. 아마 덜 깬 쪽이 맞는 것 같다. 전혀 놀라지 않고 있으니.
"일단 씻고 나오세요"
한숨을 쉰 츠키시마는 쿠로오를 일으켜 세워 화장실로 보냈다. 그때까지도 아이는 가만히 앉아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얌전한 아이의 모습에 츠키시마는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뒤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반찬들을 뺀 뒤 국을 데우고 밥을 떠놓자 쿠로오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식탁으로 다가오던 쿠로오는 의자에 앉으려다 잠시 멈칫한 뒤 아이를 쳐다보고는 으악- 비명을 질렀다.
"뭐...뭐야?"
"아까 보셨잖아요"
역시 잠이 덜 깬거였어. 고개를 살짝 저은 츠키시마는 아이에게 신경쓰지 말고 먹으라는 손짓을 했다. 두 사람이 밥을 먹기 시작하자 쿠로오 역시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다 먹고 쇼파에 앉아있자 쿠로오가 과일을 들고왔다. 능숙하게 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아내자 츠키시마는 포크로 찍어 아이에게 넘겨주었다.
"꼬마야 너 이름이 뭐야?"
"쿠로오 테츠로에요"
아이는 방긋 웃으며 가법게 말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익숙한 이름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자 두 사람은 굳었다. 츠키시마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쿠로오에게 돌아갔다. 닮았어. 츠키시마의 입에서 닮았다는 단어가 나오자 쿠로오는 몸을 숙여 아이를 쳐다봤다. 진짜 신기하네. 나 어렸을 때랑 똑같아. 잠시 고민을 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둘 다 포기선언을 한 뒤 오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츠키시마는 평소와 같이 책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쿠로오 역시 청소를 하고 책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아이가 읽을만한 책은 없었기에 아이는 tv를 보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왔고 아이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이가 조는 것을 본 츠키시마는 방으로 들어가 얇은 이불을 가져와서 아이에게 덮어주었다. 츳키는 좋은 엄마가 되겠네~ 놀리는 쿠로오의 말투에 어깨를 때린 츠키시마는 왜 자신이 엄마냐며 작게 항의했다.
아이의 옆에서 책을 보던 쿠로오 역시 잠이 전염된 것인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쿠로오의 고개가 약간씩 움직이자 츠키시마는 피식 웃은 뒤 이불을 하나 더 가져와 쿠로오에게 덮어주었다. 아이의 고개가 흔들리다 쿠로오의 팔에 기댔다. 머리를 맞대고 있는 듯한 포즈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던 츠키시마는 옆에 앉아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참 책을 읽던 츠키시마는 아이의 정체가 궁금해져 몸을 움직였다. 아이와 쿠로오의 앞에 앉은 츠키시마는 아이를 하나씩 뜯어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쿠로오의 어렸을 때와 닮은 아이는 쿠로오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인걸까. 꿈이어도 좋을 것 같았다. 쿠로오와 쿠로오를 닮은 아이가 함께 눈 앞에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되자 아이와 쿠로오는 눈을 떴다.
"아...저녁....준비할게"
잠이 덜 깬 듯 몽롱하게 말하는 쿠로오를 보며 츠키시마는 자신이 차린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한 정신을 깨우며 이불을 정리하던 쿠로오의 옷자락을 잡은 것은 아이였다.
"왜?"
"근데 왜 형아들은 같이 살아?"
언제 잠을 잤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는 쿠로오에게 물었다. 쿠로오는 빙긋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서로 좋아해서야"
"형아들인데?"
"형아들이어도"
나중에 알게 될거야. 아이의 머리를 헝크러뜨린 쿠로오는 이불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다 츠키시마가 부르는 소리에 부엌으로 들어갔다.
눈에 비춰지는 햇빛에 미간을 찌푸린 츠키시마는 몸을 뒤척였다. 뒤척이는데도 팔에 뭔가 걸리는 것이 없자 츠키시마는 눈을 떠 옆을 바라봤다. 보이는 것은 쿠로오뿐이었다. 어제 그건 정말 꿈이었을까. 그게 정말 쿠로오의 어렸을 때라면 꽤 귀여웠을 거라 생각한 츠키시마는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