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야마자키 소스케 X 타치바나 마코토

@yumm_0325

 

* * *

 

 

 

 

 

 

 

 

 


 

 소-스케. 앳된 목소리가 깊은 잠에 젖어있던 소스케를 간지럽혔다. 얼굴에 쏟아지는 햇살과 닮은 목소리에 눈썹을 잠시 찡그린 소스케가 이내 잠의 품으로 다시 안겨버렸다. 소스케에-! 끝을 길게 끌며 소스케의 몸 위로 날아든 무게감은 그의 잠을 방해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패배를 선언한 소스케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눈꺼풀을 대충 들어 올리며 제 배 위에 앉아있는 소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쉬는 날이니까 방해하지 마. 잠에 취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소년은 잠시 어깨를 움츠리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해맑은 미소를 다시 얼굴에 띄웠다. 놀러 가자, 응? 간밤에 조금 열어둔 창틈을 비집고 들어온 바람이 갈색빛의 머리칼을 흩트려놓았다.

 

 싫어. 잠시 소년을 응시하던 소스케는 소년에 의해 깔려있던 이불을 머리 위로 덮어쓰며 단칼에 거절했다. 후에… 소스케…. 이불과 함께 소스케의 턱 밑까지 끌려올라간 소년이 이미 종적을 감춘 얼굴을 붙잡고 우는소리를 냈다. 소년의 간청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지 소스케는 여전히 이불을 덮어쓰곤 고른 숨을 내뱉었다. 소스케가 다시 잠든 것을 확인한 소년은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혼자만 들을 법한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곤 방을 벗어났다. 딱 5분만 더 자는 거야! 그리고 일어나면 나랑 놀러 가자.

 

 타치바나 마코토. 방금 전까지 소스케에게 놀러가 자며 떼를 쓰던 소년이자 소스케가 몇 주 전 주워 온…, 아니 데려온 소년의 이름이었다. 가을이 시작되려는 10월 경, 소스케와 마코토는 역 앞에서 처음 만났다. 이제는 차가워져가는 바람에 마코토는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부모님은 어디 있느냐는 소스케의 질문에 여전히 해맑게 웃으며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온댔어요!’하고 말했었다. 하지만 소스케의 눈에 비친 마코토는 이미 한참을 밖에서 바람을 맞은 듯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마코토의 뒤에 걸린 해는 이미 저물고 있었다. 상황이 파악된 소스케는 무슨 심정인지 마코토의 차가운 손을 붙잡고 제 집으로 데려왔다. 삶에 치여 꺼내볼 일이 없던 연민 탓인가, 아님 저도 모르던 아이에 대한 애정인가.

 

 그저 단순한 변덕이었을 것이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오고 있었으니까.

 

 소스케의 손에 이끌려 그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마코토는 딱히 거부도, 어디 가는 것이냐고 묻지도 않았다. 아마 저 스스로도 이미 깨달은 것이리라. 마코토는 또래와 다르게 감이 좋았고, 그리 멍청하지도 않았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소스케는 그길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마코토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씻겨줘야 할 정도로 어리진 않지? 문에 기대서서 피식, 웃음을 흘린 소스케가 고개를 끄덕이는 마코토를 확인하곤 문을 닫았다. 솨아아…. 욕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소리 사이로 가녀린 슬픔이 제 몸을 숨겼다. 아직 7살도 채 되지 않은 작은 아이는 그렇게 홀로 슬픔을 삼켰다.

 

 한참이 지나 욕실에서 나온 마코토는 애써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을 척. 밝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부어버린 눈가를 숨기기에는 아직은 너무 어렸다. 붉어져있는 눈가를 잠시 내려다보던 소스케가 잘 마른 수건으로 마코토의 머리를 닦아주며 무심하게 말을 뱉었다. 같이 살자. 마코토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소스케는 꼼꼼히 머리를 닦아주곤 자신의 옷 중 제일 작은 티셔츠를 입혀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티셔츠를 작은 손으로 붙잡은 마코토가 여름 햇살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버려진 아이. 표현은 못해도 그 어린 나이에 겪은 현실은 큰 충격이었으며 너무나 아픈 상처일게 분명했다. 그런 이유 탓인지 마코토는 항상 새벽같이 일어나 자신의 이부자리를 정리해두곤 소리를 죽여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처음엔 소스케도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도 보고, 자신이 그렇게 눈치를 주냐며 조금 큰 소리를 내며 윽박지르기도 했었다. 성공한 방법은 하나도 없었지만.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옛말이 옳았는지 마코토는 부모가 아닌 소스케와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안일을 찾아 소스케를 돕기도 했다. 옆으로 오라고 하는 말에 사시나무처럼 떨며 다가오던 마코토가 소스케에게 달려가 몸을 던질 정도가 되었으니 더 이상 걱정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전, 생일 축하해. 마코토. 마코토는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과 7번째 생일을 맞았다.

 

 소스케에게 거절당한 뒤, 거실로 나온 마코토가 소파에 앉아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제 머리카락이 재미있는지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그러다 불현 듯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전히 잠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소스케에게로 달려가 조금 전처럼 소스케 위로 몸을 던졌다. 윽…! 마코토?! 기습공격을 당해 고통과 놀람이 동시에 묻어나는 소스케의 목소리에 마코토가 이가 드러날 정도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5분 지났어! 놀러 가자. 소스케!

bottom of page